home : dogsoul :: 노이즈가든 [...but not least]
 

 

 

 

 


01. 더 이상 원하지 않아
02. 쇼생크 탈출
03. 다시 어둠이
04. 인생의 리세트버튼
05. 여명의 시간
06. 미로
07. 또다른 유혹
08. 에필로그(끝이 보이는 이곳에서)
09. 향수 Ⅰ
10. 향수 Ⅱ
13. G-spot (hidden track)

 

 

 

 

96년이었나. 8월 뜨거운 여름의 폭염아래 가슴을 쓸어내리는 무거움으로 음악팬들을 전율로 몰고 간 밴드가 있었다. 노이즈가든. 사운드가든(Soundgarden)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진 이 밴드가 94년 데모테잎 발표이후 장기간의 작업끝에 96년에 가서야 내놓았던 데뷔앨범<< nOiZeGaRdEn>>은 진공상태의 흡인력과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헸던 장중하고 하드한 사운드가 원천적으로 녹아들어가 있는 '심각한' 대작이었다.

하드사운드를 그 기간으로 하는 밴드들 중에 노이즈가든과 비견될 만한 소리를 내는 팀은 -내가 알기론- 아직 없다. 어치피 모든 양식의 음악이 선대의 음악이 갖는 이디엄을 빌려서 발전시키는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고 그래야만 보다 발전된 양식의 음악이 나온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의 사운드는 이 기본 공식에 충실한 동시에 유니크하다. 전통미를 따르되 뭔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 줄 아는 힘은 이들의 사운드메이킹에 있어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앨범발매 제의를 거절하면서까지 지켜왔던 음악의 질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가진 이들이 성공적이었던 데뷔앨범의 후광을 뒤로하고 얼마간의 멤버교체(베이스의 이상문이 언니네 이발관으로 적을 옮겼고 그 자리에 원년멤버 염제민이 돌아왔다)를 이룬 후 오랜만에 발표한 새앨범을 살펴보도로록 하자.

1. 더이상원하지않아
오른쪽에서만 들리던 육중한 헤비리프가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시작되는 앨범의 머릿곡. 이 리프는 곡 전체를 통해 계속 점층적으로 발전된다. 이미 노이즈가든 음악의 특징으로 굳어진 육중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결코 빠른 연주가 아닌 슬로우 템포의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박건의 보컬은 힘없이 불려지고 있지만 중반이후의 샤우팅을 위해 한껏 도사리고 있고 이후 중간 브릿지에 연달아 터져나오는 그의 목소리톤은 시원스럽게 분출되면서도 무언가에 막혀 있는 듯 자제력을 갖고 있다. 갑자기 연주가 멈주어버리는 충격요법(?)도 재미있다.

2. 쇼생크탈출
'벗어나고 싶어 이 좁은 곳에서 너와 내가 우리가 아닌 곳으로'라는 반복악절에서 보여주듯이 이 곡에서는 갇혀있는 자의 자유희구의 이미지를 냄새로서 맡을 수 있다. 목에 적당히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일직선으로 불러주는 박건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잠깐 들려지는 가사중에'죽이고 싶은 누가 있어 아마 넌 모를꺼야 / 아무리 막으려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부분이 나온다. 그런데 글쓴이 생각에 앞부분은 언니네 이발과의< 미움의 제국>에서 뒷부분은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에서 각각 패러디한게 아닌가 느껴진다.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두줄의 가사가 재미있다.

3. 다시어둠이
거의 음역의 변화가 없는 단조의 멜로디를 나즈막하며 블루지하게 불러주는 보컬은 가끔씩 챠~앙 하며 후려주는 기타배킹과 차분한 리듬과 더불어서 곡의 전반부를 리드해 나간다. 코러스 처리된 샤우팅보컽이 등장하고 곡분위기가 고조됨에도 불구하고 보컬은 차분함을 유지한다. 베이스의 음울한 진행이 분위기를 바꾸지만 이내 다시 몰아치듯 헤비사운드가 전개된다. 그 와중에 연주되는 짧은 블루스 솔로는 사뭇 비장하다. 곡말미 갑자기 업템포로 바뀌며 몰아치는 연주또한 곡의 맛을 더한다. 이곡에는 전 터보의 기타리스는 이인규가 참여해서 두번째 기타솔로를 들려주었고 레이니선의 보컬리스트 정차식이 그 귀곡성의 보컬을 협연해주었다.

4. 인생의리세트버튼
다른 트랙들에 비해 곡의 분위기가 한층 몽환적으로 들린다. 꽉 짜여져 있지 않고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 보컬은 흐물거리며 저기 머리 위에 떠다닌다. 반면에 보컬을 휘감는 나머지 악기들의 연주는 상당히 정제되어 있고 '어쿠스틱'하게 들려서 그 나른함을 한층 더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5. 여명의시간
딱딱 떨어지는 박자와 시작과 동시에 쏟아지는 엄청난 음량이 듣는 이를 압도한다. 노이즈가든 음악의 특징이라면 특징인 완급의 조절 - 사실 이 완급의 조절이라는 말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가 있다. 노이즈가든은 '슬로우록(?)'을 구사하는 팀이기에 단순히 빠르기의 조절이기보다는 분위기의 완급조절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 이 상당히 잘 되어 있고 들려지는 연주에서는 그다지 새로운 임팩트는 없지만 곡의 구성과 박건의 보컬로서 록음악이 갖어야 하는 분출의 미덕을 완곡하게 들려준다.

6. 미로
게스트로 참여한 학고형제(이승기/류한길)의 단순하며 건조한 드럼 프로그래밍위에 얹혀지는 걸출한 기타가 이 곡의 포인트이다. 그리 진하진 않지만 일렉트로니카의 냄새를 풍기는 곡분위기가 이채롭다. 사운드의 저변에 흐르는 노이즈가 시종 긴장감을 조성하며 그 위에 간간히 비쳐지는 불협화음성 기타이펙트는 곧이어 이어지는 중량감있는 기타와 조화롭게 대비되며 이어진다. 곡의 중후반부 드럼 프로그래밍을 제외한 모든 악기가 빠진 후 그 위로 불려지는 보컬은 사뭇 비장하기도 하다. 아 그리고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가 주노3000의 이름으로 코러스를 협연해 주었다.

7. 또다른유혹
아마도 지난 앨범의 수록곡< 유혹>의 후속작이라고 느껴지는 데 곡의 완성도 또한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다. 사실 발라드라고 하기엔 너무나 엄숙한 분위기에 무거운 가사가 부담스럽지만 이런 걸 두고 노이즈가든식 발라드라고 하면 그 주체가 노이즈가든이기에 그도 격에 맞는 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박건의 비장하다 못해 유장한 보컬은 툭툭 내뱉듯 흘러가며 그 위를 서늘하게 감싸는 나머지 악기군의 활약 또한 대단하다.

8. 에필로그(끝이보이는이곳에서)
전체적으로 상당히 평이한 구성을 지닌 곡이다. 전혀 내지르지도 않고 오버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다보면 분명하게 그어지는 하나의 선이 있다. 멤버들은 이 선을 가운데 놓고 살짝 넘어갔가 넘어왔다를 반복한다. 단조롭지만 선명한 멜로디의 보컬과, 그 보컬과 철저하게 융합하고 있는 윤병주의 기타는 마치 거북이들끼리 경주를 하듯 천천히 달린다. 그 분위기를 깨주는 분기점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톤의 기타솔로이다. 게스트로 앨범에 참여한 사하라의 인재홍의 연주이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원래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곡의 진행되며 서서히 끝을 맞는다. 이 곡에서는 또하나의 멋진 기타리프가 등장한다. 뭐 윤병주의 리프야 모든게 다 휼륭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곡의 리프는 정말 맘에 든다.

9. 향수Ⅰ
10. 향수Ⅱ
앨범의 말미에 자리잡은 '향수연작'. 가사 내용으로 보아 제목이 鄕愁가 아닌 香水인 듯하다. 두번째 파트에선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이 메인보컬과 공동작곡으로 참여하고 있다. 트랙은 둘로 나뉘어 있지만 그냥 10분짜리 대곡으로 보는게 나을 듯 싶다. 두곡의 연계가 상당히 자연스럽고 가사의 내용도 대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파트 박건에 의해서 불리어 지는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이 이제는 실체가 아닌 느낌으로만 남아있음을 얘기하며 느낌의 실체화를 위해 고뇌하지만 두번째 파트 이석원에 의해 불리워지는 가사는 단 한줄" 왜 그런 표정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는 걸"뿐이다. 이석원이 피로하는 주체는 첫번째 파트의 가사에서 희구되어지는 대상이거나 아니면 그 아무런 상관 없는 그 주변부 사람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박건의 비장한 '고뇌'에 대비되는 이석원의 뚱한 목소리로 표현되는 '독설'은 사뭇 섬찟하다. 가사를 갖고 음악을 대하는 방식을 그리 선호하진 않지만 두 보컬리스트, 두개의 파트를 통해 대비되는 효과가 상당하여 '무겁게' 재미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나만이 갖고 있는 것이지도 모를일) 10분여간 흘러나오는 연주에 대해선 말하지 않으련다. 그 분위기로 이해 될 수 있을테니까.

13. G-spot (hidden track)
두개의 공트랙이 지나간 후 등장하는 히든트랙이다. 베이시스트 염제민과 데이트리퍼 류한길의 공동작업의 결과물로 데이트리퍼의 참여로 눈치채셨겠지만 테크노성향의 곡이다. 마찰음과 파열음이 공존하는 인상적인 루프가 계속돌아가고 군데군데 양념으로 첨가된 여흥구가 인상적이다. 특히 트랙의 아웃트로되는 부분에 쓰인 음색은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더할나위 없이 적절했다. 아쉽다면 그 음색으로 좀 길게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구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이즈가든의 음악에는 70년대 하드록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 음울한 분위기는 파라노이드앨범 당시의 블랙 새버스를 연상케 하며 아기자기함보다 중앙을 가로질러 내닫는 선굵은 중심사운드와 곡구성의 다이나믹함은 레드 제플린의 그것과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당시에 처음 느꼈던 감정이-당시 그런지가 유행하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시절 '찾아'듣던 70년대 하드록에 가깝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사운드가 이렇게 '구닥다리'인 것만은 아니다. 윤병주의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지 알 수 없는 깔끔하면서도 진득하게 묻어나오는 육중한 기타톤하며 저돌적이며 적당하게 굵어서 건방져 보이는 박건의 보컬은 상당히 '현대적'이다. 90년대 말을 점점히 수놓고 있는 많은 밴드들이 갖는 뿌리가 록음악에 원류에 직접적으로 닿아있지 못하고 자꾸만 하이브리드화되는 것에 비하면 노이즈가든의 음악은 온고지신의 태도를 지닌 상당히 바람직한 형태라고 편들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가지 록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갖는 딜레마중 하나가 장르주의라고 생각하는데 -이를테면 그 예전에 유행했던 바로크나 트래시, 근래의 그런지까지 하나의 아이디어를 계속 쓰다보면 언젠가 고갈되어 '바닥을 치게' 마련이다. 문제는 바닥을 친 후에는 또 다시 반등되야 하는데 그 이후에도 계속 식상한 사운드만이 양산되고 결국 그 장르는 우수한 음악적 요소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청중들과 멀어져 간다. 물론 유행은 돌고 도는 거라고 말하면 할 수 없겠지만. - 노이즈가든은 그런한 카테고리안에서 애써 비켜서 있다. 아니 이미 카테고리안에 위치하고 있다면 그들의 '위치'는 이미 최상위권이다. 스쳐지나가듯 리프 한소절을 들어도 아 이건 노이즈가든의 것이다라고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자기만의 카리스마가 그들 내부에 존재하는 한 그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 T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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