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ogsoul :: 미선이 [drifting]
 

 

 

 

 


01. sam 4:44
02. 송시 4:57
03. 진달래 5:21
04. 치질 3:27
05. drifting 3:39
06. 섬 5:25
07. shalom 5:25
08. 시간 5:05
09. 두번째 세상 5:28
10. drifting (instrumental) 3:57

 

 

 

 

왠지 친근한 이름을 갖고 있는 밴드 미선이는 보컬,기타,베이스 그리고 키보드를 맞고 있는 조윤석(조윤석은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고)과 드럼을 맞고 있는 김정현의 두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베이시스트가 있었으나 앨범녹음에 즈음하여 팀을 떠났단다). 밴드는 서울대 컬리지 록 페스티발에서 공식적인 데뷔를 하게 되었고 얼마전 레이블 RADIO 에서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해적방송>>에< 송시>,< 치질>등의 곡을 제공하여 가능성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언더씬에서 어느정도의 네임밸류를 얻는데 성공한다. 그 와중에 레이블 RADIO 에서 본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어설픈 평가가 될진 모르겠지만 미선이의 이번 데뷔 앨범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의 고급스러운 서정성의 재획득이라 이름붙여주고 싶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은 -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들리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노파심에서 하는 것 이지만- 그 서정성이 감상적 서정성이 아닌 감성적 서정성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성격이 틀리기는 하지만 하덕규의 시인과 촌장 시절의 저 절작들이나 조동익, 이병우의 어떤날이 홀연이 남긴 두장의 정규앨범등에서 우리는 겨우 우리식 서정성을 발견했었고 또 반대급부로서 목말라해왔다. 여고생들의 값(싼 것만은 않겠지만 --; 허참)싼 감수성에 호소하는 그야말로 목청을 짜내는 눈물겨운, 최루성 발라드가 아닌 이런류의 음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대중은 보다 '고급'의 감성을 원한다.

그러나 미선이의 음악을 서정성이라는 한마디로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한 구석이 있다. 이 서정성뒤를 받치고 있는 또하나의 킬링팩트는 이들의 연주가 매우 단순하면서도 함축적이라는 것이다. 군더더기가 없고 자기 할 말만 한다. 나긋나긋하며 사뿐사뿐하다.
그런가 하면 토닥거리는 드럼과 리듬기타에 간간히 뿜어져 나오는 기타 노이즈도 이들음악을 특정지워주는 큰 인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 정황으로 볼 때 이들을 카테고리화라는 다소 지저분한 줄세우기에 편입시키고자 한다면" 모던록 계열의 서정적 기타팝"정도로 이름붙일 수 있을까? 자 그러면 백문이 불여일청! 한곡 한곡 짚어가면서 앨범을 살펴보도록 하자.

1. 화장실에 앉아서 '당신'을 생각하는 '나'는 한없이 착잡하다. 나를 미워하냐고 나를 싫어하냐고 마냥 푸념을 늘어놓는 이 곡은 가사내용과는 의외로 생기발랄하다. 예쁜 멜로디에 힘들이지 않고 토닥여지는 리듬악기에 간결하게 들리는 기타또한 상큼하다. 앨범의 문을 가볍게 열어주고 있는 곡.

2. 미선이를 이른바 언더의 스타로 만들어준 곡이란다. 여타 인쇄매체에서도 이곡에 대한 평가는 음악적인 면이나 가사적 측면에서 공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결정적으로 본인이 미선이를 인지하게 해준 고마운 노래이기도 하다. 느린 코드 진행에 간결한 보컬, 그리고 곡전체를 지배하는 리프가 발군이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라디오헤드의< Creep>에 자주 비견되기도 하지만 꼭 그렇게 못박아 놓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Creep은 Creep이고 송시는 송시니까.

3. 앨범에서 한곡을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이 곡을 고르겠다. 진달래라는 곡명과는 다르게 앨범 크레딧에는 '진달래 타이머'라는 제목으로 명기되어 있다. 개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고 진다는 조윤석의 가사는 일견 시큰하기도 한데 가사의 내용이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한다. 인상적인 주멜로디에 엉켜질 듯 엉켜질 듯 하다가도 무형의 선을 유지하는 살가운 조윤석이 보컬이 좋다.

4. 미선이식 매스미디어 '까기'가 아닐까? 휴지보다도 못한 신문, 그래서 화장실 휴지대신 써서 급기야는 치질에 걸렸다는 조윤석의 위트가 좀 냄새가 나긴하지만(허허,거참) 신선하다. 앨범에서 그래도 밝은 분위기가 나는 곡 중 하나.

5. 표류. 한음한음 꾹꾹 눌러주는 키보드의 잔잔한 전주가 끊어질 듯 말 듯 곡전체를 아슬아슬하게 리드해 나가고 그 위에 조윤석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자기 생이 부유한 채 정체해 있음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6. 어떻게 생각하면 앨범중 가장 드라마틱(?)한 곡이다. 곡의 구성상 변화가 심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이전 곡들과는 달리 리듬이 매우 직선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그 분위기가 지속적이다. 처음부터 드럼의 반복적 비트가 재미있고 중간 브릿지 이후 변화되는 기타리프가 좋다. 그리고 곡의 말미에 전체적으로 연주가 다같이 멈춰졌다가 다시 진행되는 부분은 라이브에서 행해진다면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앨범중 가장 이질적인 트랙이 아닌가 한다.

7. 보편타당한 멜로디에 적당한 반복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후반부 또다른 주제의 멜로디가 그 식상함을 상당부분 반감시켜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 종교적 느낌이 강하다.

8.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전주. 난 이 곡에서 예전 조동익, 이병우의 어떤날을 떠올렸다. 예쁘고 다소곳하게 진행되는 전주에 이어져 나오는 미성의 보컬이 곡전체에 걸쳐 나른하지만 긴장감있게 전개된다. 단촐한 구성에 단촐한 보컬이 듣는이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9. 밴드의 드러머 김정현의 친형 김정찬의 랩 협연을 들을 수 있는 곡.<< 해적방송>>에 수록되었던< 세상에서 나는 네가 제일 좋아>의 리믹스 버전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다른 구성으로 만든 곡이란다. 두 버전을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출렁거리는 블루스톤의 기타위에 랩의 도입은 무척이나 신선해보이지만 랩보컬에 걸린 이펙트가 개인적으로는 귀에 거슬린다. 랩보컬의 톤이 보다 내츄럴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0. 다섯번째 트랙 drifting의 인스트루먼틀 버전이다. 피아노 음색의 키보드(리얼 피아노일지도 --;)의 조용하고 낮은 울림이 흡사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의<< December>>앨범의 한 부분을 듣는 듯 하다. 앞의 보컬이 있는 곡보다는 약간 낮은 키로 시작되어서 좀 더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최근에 봇물처럼 쏟아지는 인디계열 음반들을 들어보면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참신함에 큰 점수를 줄 수는 있을지언정 정작 그 넘쳐나는 의욕때문에 음반전체가 하나의 내러티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음반전체가 들쭉날쭉하지 않는 통일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음악을 '제조'한 음악가의 능력의 한 단면이며 미덕일 뿐만 아니라 그 음악을 소비하는 청자들에게는 소리없는 기쁨을 안겨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앨범 한장을 플레이시키는 50여분정도의 짧지 않은 시간동안 듣는 이를 몰입시킬수 있다면 보통 우리는 이러한 음반들을 최소한 수작이라 이름으로 부른다. 미선이의 데뷔앨범은 분명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수작이 아닐까 한다. 여러분들의 일청을 권한다. [ TOP ]

 
 
 
 
 
     

 

끼(목소리)이기도 하지만, 이 앨범의 제목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