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ogsoul :: 이상은 4집 [BEGIN]
 

 

 

 

 


01. 너의 존재
02. 뉴욕에서
03. 솔직히 말해줘
04. 너와 함께 있는 이유
05. 잃어버린 시간
06. 혼자만의 사랑
07. 너의 존재 (Basement Mix)
08. 잃어버린 시간 (Wild Mix)

 

 

 

 

웬 난데 없이 이상은? 그것도 최근의 앨범이 아닌 옛날 구닥다리?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랬다고... 초기 작품을 돌아보면서 현재의 그녀를 알 수 있으리라.. 이상은이라는 가수를 우리들이 알게 된지가 어느덧 10년이나 되어버렸다. 글쎄.. 요즘의 10대들이야 뭐 많은 기억이 없겠지만 88년 당시의 이상은은 지금의 HOT나 젝스키스등과 그리 다르지 않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었다. 88년 강변가요제 대상으로 음악판에 뛰어든 이상은은 당시 그 큰 키로 이미지로 박혀 버린 것이 참 아쉬울 정도였다. 강인원과의 1집과 2집 작업으로 꽤 많은 히트곡을 내고 난 후, 뉴욕으로 유학을 갔고.. 미국에서 작업한 3장의 앨범을 낸다. 그리고 이 이후 그 큰 키만큼이나 훌쩍 커버린, 많이 변해버린 앨범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온다. 여기까지가 20세기의 끝물에 서 있는 지금.. 어쩌면 국내 출신의 가수중에서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영국에서 퓨쳐 컬쳐라는 국적 불명의 그룹을 시도하고 있는 신해철보다 훨씬 가능성이 많은) 이상은에 대한 대강의 약력이다. 본인이 하필이면 이상은의 5집, 또는 6집이 아닌 시큰둥할 수도 있는 4집이라는 앨범을 선택한 이유는 이 앨범이 오히려 다른 그녀의 앨범보다 더 지금의 이상은을 예감할 수 있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이 바로 그녀의 음악 인생에서, 뚜렷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러하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커다란 계기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이 앨범이 그녀가 예전에 발표한 그저 그런 평범한 가요 앨범만은 아니라는 거다.

그녀의 1집과 2집은 당시 가요계의 스타 시스템에 의해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각종 발라드 작곡의 대가 강인원과의 작업으로< Happy Birthday>,< 사랑할꺼야>등의 히트곡으로 각종 프로그램에 나왔고, MC로도 활동을 했지만.. 그녀 자신의 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척 보기만 해도 끼로 가득 차 있는 그녀 자신의 소리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사랑할꺼야>같은 곡의 표절 문제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미술 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나고 뉴욕에서 혼자 힘으로 만들어 온 3집부터 그녀는 자신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런 여건도 없이 여기 저기 찾아다니며 녹음을 한 3집은 확실히 달랐다.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 그저 무작정 노래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니 혼자 작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혼자 너무 많은 것들을 감당했기에 3집은 어설픈 시도의 느낌이 강하다. 그 이후의 4집 [Begin]에서는 도전의 의지가 보인다. 4집에 관한 자세한 얘기는 밑에서 다루기로 하고.. 그리고 5집에서 보여준 성숙한 이미지는 점점 깊이를 더해가는 이상은이었다. 언플러그드 사운드(MTV의 언플러그드 라이브의 여파로 당시 한참 유행했었다)에 실려있는 이상은의 보이스에서는 이미 지금의 이상은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바로 4집 [Begin]이 이상은의 변화 시기의 중간점에 위치해 있으며 그 의미는 상당히 미묘하다. 그래서 본인은 4집 [Begin]이 정말로 이상은에게 어떤 새로운 시작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4집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의 색깔은 하우스(House Music)이다. 어쩌면 방정맞게 방방거리는 하우스 음색들에 눌려 이 음반이 그저 유행에 편승한(?) 또는 유행을 조금 앞서간(?).. 또는 유행을 빗나간(!) 음반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우스 치고는 너무나도 슬프다. 이 앨범의 모든 곡은 전반적으로 하우스의 색깔을 지니고 있으며 힙합적인 색깔도 짙게 배어나고 있다. 단지 가요적인 구성과 멜로디에 눌려서 빛을 바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과 비교를 한다해도 나름대로 괜찮은 사운드를 지닌 테크노 음반이기도 하다. 약간의 촌스러움이야 있지만 상당히 세련된 사운드라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처럼 덕지덕지한 사운드가 아닌 깨끗함과 청아함이라는 장점이 있다. 총 8곡이 실려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6곡이고 나머지 2곡은 리믹스 곡이다. 음악적으로 이 앨범에 참여한 사람은 (엔지니어를 제외하고) 딱 2명이다. 작사와 작곡 모두 김홍순과 이상은 2명이 공동으로 했다고 나와있다. 김홍순은 이현우의< 꿈>을 작곡했던 사람이고 업타운과 지누션 등의 앨범에서 그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당한 Funky한 리듬감을 가지고 있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보기엔 김홍순은 전체적인 색깔을 잡아주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은이 혼자 풀어나가기에 힘든 면들을 서포트해주는 음악적 조언자가 아니었을까하는 짐작을 해본다.

1. 너의 존재
피아노 백킹 위에 올라탄 색소폰으로 시작을 하고 바로 하우스 비트가 뛰어들어온다. 깔끔하게 정제된 편곡은 곡 자체를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포장하고 있으며, 뒤쪽에 숨어있는 기타와 피아노 백킹은 배후조정자처럼 항상 곡의 근본으로 도사리고 있으며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2. 뉴욕에서
조금 유치한 포맷이지만 TV 채널을 여기 저기 돌리는 소리로 시작을 한 후에 TV를 끄고 난 후의 잠깐의 브레이크 공백, 그리고 슬로 템포의 연주에 이상은의 슬픈 코러스가 나오고 노래가 나온다. 심한 외로움으로 가득찬 가사는 이상은이 뉴욕에서 느꼈으리라 생각되어지는 고독을 진하게 내뿜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자신이 있는 곳과는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엽서라도 쓰고 싶지만 왠지 보낼 수 없는 그 이유를 너는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의 쓸쓸함은 효과적인 Reverb의 사용과 함께 너무나 진실하게 다가온다.

3. 솔직히 말해줘
미디엄 템포의 하우스 곡이지만 이상은의 목소리와 멜로디 때문에 슬로우 템포로 들릴 정도로 그녀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곡이다. 정확한 비트로 찍어누르는 단순한 Snare와 Hi-hat의 단조로움을 예사롭지 않은 Kick과 Synth Bass로 극복하면서 변화무쌍함을 만들어내는 리듬이 흥미롭다. 후렴에서 전화를 통해 나오는 듯한 코러스("솔직히 말해줘~~")에 답하는 메인 보컬은 솔직하지 못하고 오히려 억지로 꾸민 듯이 들리는 것이 조그마한 흠이다. 뭐.. 중간에 나오는 썰렁한 속삭이는 랩에 비하면 별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흠이지만..

4. 너와 함께 있는 이유
아마도 이 앨범에서 그나마 약간의 히트를 친 곡이 바로 이 곡일 것이다. 어느 정도 듣기에 부담없는 평범함과 인상적인 후렴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Synth Bass의 Groove와 간주 부분의 하몬드, 색소폰, 그리고 독특한 Synth 음색, 곡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샘플링 소리 등등이 숨어있어 그냥 쉽게 가요라고 넘길 수 있는 곡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상은의 보컬보다는 편곡쪽으로 감상한다면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5. 잃어버린 시간
어느 정도 나이가 먹게 되면 누구나 순수했던 마음을 잃어버렸던 것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과 슬픔을 느끼게 마련이고, 그런 가사의 노래는 꽤 많은 공감을 얻어서 아직도 노래방 리퀘스트나 빅쇼 같은 범국민적(?) 음악 프로그램에서 거의 상위 순위를 랭크하고 있을 만큼 공통의 소재이다. 문제는 약간 건전가요 풍의 느낌이 강하기에 닭살스럽지만 말이다. 이 곡 또한 같은 소재의 곡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인트로의 짧은 일렉기타는 어떤 비장함을 쏘아던지고 있으며" 시계 속의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시간을 찾아"라고 외치는 이상은의 보컬도 진정한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러나 뒤편에서 벌렁벌렁거리는 Bass 음색이 상반된 이미지를 만들면서 무채색의 곡에 강렬한 빨간색(앨범 쟈켓의 색이 바로 빨간색이다)을 쏘면서 단숨에 독특한 컬러를 가진 곡으로 변화시킨다.

6. 혼자만의 사랑
가장 일반적인 가요를 닮은 발라드 곡이다. 도입부의 나른한 기타와 깔리는 스트링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함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역시 Synth Bass가 이 곡을 일반화하지 않는다. 앞쪽으로 너무 튀어나오는 Bass가 하우스 발라드에 포인트를 주면서 리듬감을 살려준다.

7. 너의 존재 (Basement Mix)
곡의 처음을 장식하는 색소폰은 여전하지만 1번 트랙에서의 기본이었던 피아노 백킹은 5곡이 지나가는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그루브한 베이스가 곡을 주도한다. 1번 트랙에서 있었던 중간 중간 치고 빠지는 하몬드가 7번 트랙에서는 조금더 강도높게 치고 빠져나간다. 그리고 특히 뒷부분에 몇마디 동안 잠깐 사용한 Gate 이펙팅(Gate에서 Threshold를 조절하여 일정한 볼륨 이상의 소리만 통과하게 하는 이펙트 기법. 주로 드럼의 Kick이나 노이즈를 걸러내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은 이상은의 목소리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상당히 절묘한 효과를 발휘한다. 곡의 뒤쪽으로 가면 노래를 부르지 않고 그냥 나레이션으로 처리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의 이상은의 나레이션과 그 앞쪽의 보컬은 이미지가 전혀 다르다. 나레이션은 그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독백)같은 속삭임에 가깝고, 노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듯한 대화(의사소통)같은 느낌을 준다.

8. 잃어버린 시간 (Wild Mix)
5번 트랙의 오리지날 곡이 그나마 보편적인 가요 편곡이라면 이 곡은 약간 더 거친 편곡이다. 약간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음색의 Synth 베이스 음과 지속적으로 코드 흐름을 찍어가는 정제되지 않은 하몬드 음색의 바탕하에 드럼 루프의 브레이크 비트 변화와 중간 중간 툭툭 내던져지는 샘플링 소리에, 전혀 이펙트를 걸지 않은 듯 맹맹하고 밋밋한 무미건조 보컬까지... 의도적으로 완전하게 다듬지 않은 느낌을 주는 곡이다. 대신 코러스를 조금 강화했는데, 곡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느낌을 추가하고 있다.

본인은 이 앨범을" 강렬한 빨간색으로 그린 슬픈 자화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속 안에 많은 슬픔(그녀 자신의 음악)을 내포하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기에는 너무 슬퍼서 차마 표현하기 힘든, 그래서 붓놀림을 정확히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너무 강한 빨간색(하우스 뮤직)을 사용하여 그려버린 그녀의 자화상. 캔바스(앨범)의 부분 부분에서 계속적으로 색(음색)과 붓의 텃치(느낌)가 살짝살짝 변하는 그녀의 붓놀림(보컬)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끼(목소리)이기도 하지만, 이 앨범의 제목과 같이 시작[Begin]이기에 그 것 자체만으로 너무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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